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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술창업 기업10, 선박 항해장비 국산화 주역 마린웍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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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는 부산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 요즘, 기술창업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유망 기업에서 부산경제의 비전을 찾는 연속보도를 마련하고 있다. 오늘은 ICT기술을 전자해도 분야에 적용해 일본기업이 점령한 선박용 항해장비 시장에서 국산제품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R&D기업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사진 맨 왼쪽이 마린웍스가 판매하는 선박용 항해장비인 '전자해도표시정보장치 ECDIS' (사진 = 마린웍스 제공)

 


▲ 외국산 점유율 100%, 선박 항해장비 국산화 시대 연 토종기업 마린웍스(주)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자리한 선박용 항해장비 전문기업 마린웍스(주)는 전자해도 표시정보장치(ECDIS : Electronics Chart Display & Information System)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ECDIS란 해상에서 차량용 네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선박용 항해지도 장비다.

ECDIS 전문기업 마린전자에서 독립해 2014년 11월 창업한 4년차 스타트업에 불과하지만, 제품 영업을 시작한 2015년 첫 해에만 158대의 깜짝 실적을 올리는 등 불과 2년여 만에 국내 메이저 선사를 상대로 3백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는 국내 해운업체 대형선박의 전자해도 장비 중 무려 25%를 점유한 놀라운 실적이다.

마린웍스가 출현(!)하기 전까지 우리 해운선사는 대부분 외국산 ECDIS를 장착하고 있었다. 세계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일본기업들이 우리 대형선박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것. 세계 조선·해운 분야를 우리기업이 석권해 온 것과 달리 국산화 '0'의 불명예를 안겨준 미개척 영역으로 방치돼 왔다.

국내기업들도 ECDIS 개발과 시장 진출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조차 실제 판매실적을 올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런데 지방의 중소기업, 그것도 창업 초년병인 마린웍스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초대형 해운선사들에 잇따라 납품하는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마린웍스 김용대 대표는 "항해통신이나 해운·조선분야는 대단히 보수적이다. 장비 가격은 2~3천만 원대인데 반해 배는 1~2천억 원씩이나 하니까 조금 싸다는 이유로 새로운 국산장비를 써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어필해 국내 메이저 선사에 3백대를 판매한 것은 대단히 의미가 크다"고 자부한다.

견고할 것만 같던 일본기업의 아성에 마린웍스가 균열을 내면서 국내 선박 시장은 큰 전기를 맞고 있다. 대체불가의 지위를 누리던 외국제품들이 국산화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가격경쟁에 뛰어들면서 우리 해운선사들은 이전의 절반 수준에 전자해도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마린웍스의 선박 조종 시뮬레이터를 체험 중인 외국 해군 관계자 (사진 = 마린웍스 제공)

 


▲해상통신 분야의 혁신, ICT 기술로 대역전극 발판을..

철옹성 같던 일본기업의 벽을 허문 마린웍스의 비결은 뭘까? 김용대 대표는 한마디로 '기술력의 차이'라고 표현한다. 마린웍스의 전자해도 장비 'PM3D'가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가진건 사실이지만, 선박안전이 최우선인 해운분야에서 결코 제품을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는 없다.

"해외 선두기업 제품들이 전자부품 기반이라면 우리 제품은 소프웨어 기반입니다." 김 대표는 ECDIS를 레이더나 GPS, 오토파일럿 같이 항해통신을 위한 '장비' 개념에 안주한 선발 업체들과 달리 ‘소프트웨어’ 개념으로 접근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했음을 강조한다. 비유하자면 피쳐폰이 지배하고 있던 시장에 스마트폰이 출현한 셈이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지난 10여 년간 급격한 변화가 있었던 육상과는 대조적으로 해상 선박분야 통신장비들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해상 통신비가 엄청나게 비쌌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상 분야도 디지털화가 속도를 내고 있고 마린웍스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음을 간파했다.

마린웍스의 ECDIS 신제품인 챠트 마스터 (사진 = 마린웍스 제공)

 

기존업체들은 전자 모니터 위에 지도를 띄우고, 여기에 자기 선박 위치를 표시하는 단순한 '센서' 수준의 ECDIS를 만들었다. 하지만, 마린웍스는 지구 표면 자체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천개의 지리정보 데이터를 손실 없이 지도에 띄워 실제 해상 환경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내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강조한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을 상상해보자. 건물과 도로·교통신호 등의 데이터를 모두 담아야 하는데, 특정 건물이나 도로를 누락하거나 좌회전 신호를 엉뚱하게 표시한다든지 하는 오차와 오류가 생긴다면? 실제 전자해도는 이런 일이 공공연히 발생했다.

선박 운항 시 항해위험을 경고해주는 ECDIS를 사용하는데도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국제수로기구(IHO)는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각 해운선사에 ECDIS 신뢰도 평가인 'IHO Dataset Test'를 자체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마린웍스가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어필하자 국내 대형 해운사 1곳에서 외국제품들과 마린웍스 제품을 비교했다. IHO 테스트 결과 놀랍게도 마린웍스의 PM3D는 31개 모든 테스트항목을 100% 만족한 반면, 외국제품들의 만족도는 74~80%, 최대 94%에 그쳤다.

고객인 선주사 스스로 마린웍스 장비의 우월성을 입증하면서 두터운 세계시장의 벽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리스 선주들을 대상으로 전자해도 세미나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 = 마린웍스 제공)

 


▲후발주자 마린웍스의 4가지 우위

마린웍스 김용대 대표는 자사의 ECDIS가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ICT 제품이라며 기술적 차별성을 가장 앞세운다. 하지만 이와 함께 3개 분야 우위를 덧붙인다.

먼저, 국제해사기구 IMO와 국제수로기구 IHO는 전자해도와 관련한 국제 기준이나 규정을 수시로 변경하고 있다. 그만큼 업그레이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외국업체들은 이 비용을 선주사에 부담시키고 있는 반면 마린웍스는 무료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이른바 '규정대응 비용'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두번째로 유지보수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신생업체인 마린웍스는 해외 서비스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항해장비가 고장나면 가까운 항구에 정박해 즉시 수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외 서비스 지점을 갖추지 못한 회사 제품은 꺼릴 수 밖에 없다. 마린웍스는 이 문제를 고장률을 낮추는 것으로 극복했다. 고장빈도가 높은 CPU 팬은 없애고, 하드디스크는 SSD(Solid State Drive)로 대체했다. CD-Rom은 외장형으로 바꿔 고장이 나더라도 비싼 비용을 주고 서비스 엔지니어를 부를 필요없이 선원이 직접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끝으로 ECDIS는 제품 모델별로 기능이 매우 다양해 수시로 선원교육이 필요하다. 경쟁업체들은 고비용의 선원교육을 또다른 수입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마린웍스는 전자해도 운용에 필요한 TST(Type Specific Training) 교육과 증서를 별도의 비용 없이 제공한다.

김 대표는 "우리는 장비 자체의 가격경쟁력을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한다. 물밑에 숨어 있는 업그레이드 비용 · 유지관리 비용· 교육훈련 비용까지 고려하시라고 고객 입장에서 얘기하면 선주사들의 눈빛이 달아진다"며 경쟁업체들이 말해주지 않는 숨은 비용에서 PM3D의 가치를 자랑했다.

일본 웨더뉴스의 기상정보를 결합한 마린웍스(주)의 차세대 ECDIS와 항해경로 정보 예시 (사진 = 마린웍스 제공)

 

▲ 전자해도에 기상정보를.. 기술융합으로 세계시장 노린다

국제해사기구 IMO는 2019년까지 1만 톤급 이상 대형선박에 전자해도 장착을 의무화했다. 신조선은 물론 기존 선박들도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까지 장착을 마쳐야 한다. 국내 해운선사의 기존 선박 장착율이 아직 60%에 그치고 있어 여전히 큰 시장이 남아 있다. 신시장 초기 진입에 성공한 마린웍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일본제품과의 일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다롄에 해외지사를 개설해 중국 신조선 시장과 내수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는데, 이미 4척를 수주하는 실적을 올렸다. 마린웍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ECDIS 분야 세계 중심국인 일본에 대한 공략까지 준비 중이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와 구매조건부 R&D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ECDIS 개발사업'이 완성되면 마린웍스의 세계시장 공략은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대 민간 기상정보 회사인 일본 웨더뉴스(WNI)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ECDIS에 기상정보를 입히는 기술융합 제품을 준비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팩스나 이메일·웹을 통해 별도로 제공받던 기상정보를 전자해도 위에 겹쳐,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한단계 진화한 항해경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웨더뉴스는 세계 메이저 해운선사를 상대로 전 세계 6천여 척의 선박에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판로 확보가 더욱 용이해질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웨더뉴스가 고객 선사를 상대로 기상정보와 결합한 차세대 ECDIS에 대한 구매 의향을 조사한 결과, 한 선사는 5백여 척의 선단 전체에 구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올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마린웍스(주) 김완규 COO(최고운영관리임원)와 김용대 대표이사 (사진 = 강동수 기자)

 

마린웍스는 선박관리시스템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엑셀파일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선원 노무관리와 선박 계획정비, 실시간 선박모니링, 선원 면허관리, 사고 분석 등의 선사 관리업무를 전자해도와 연계해 항목별 자동 기록 및 알림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장기적으로는 선박에 장착된 ECDIS를 육상과 연계해 육상관제 서비스 분야도 진출을 노린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연구 전문인력인 R&D기업 마린웍스는 2016년 부산·울산 창업보육성과발표회에서 부산시장 표창을 수상하며 '창업 우수기업' 인증을 얻었고, 지난해에는 '부산 대표 창업기업'에 선정되며 유망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대기업 계열사 임원출신인 김완규 COO(최고운영관리임원)를 비롯해, 마린웍스가 영입한 인재들 상당수가 대기업 출신들이다. 대기업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포기한채 신생 기업의 비전과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 정도로 마린웍스의 기술력과 시장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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