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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주민·대통령까지 통한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의 소통법

  • 2019-01-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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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편지 써 기초연금 예산 부담 해결 물꼬 터
정명희 청장 "지금 주민들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소통과 공감의 행정력"

정부 사업인 기초연금 탓에 구 재정이 파탄 위기에 놓였다며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부산의 한 기초단체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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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기자가 던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후 10시가 넘는 시각에도 '실례지만'으로 시작하는 문자를 보내는 북구 정명희 청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번에는 '기초단체장이 대통령에 편지를 쓴다'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소녀 같은 그의 소통법이 "같이 해결해보자"는 대통령의 전화를 끌어냈다.

특히 정 청장이 약사 시절 운영한 약국은 맛집으로 착각할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다. 명쾌한 복약 설명은 기본이고, 위로가 필요한 환자에게 자신의 따듯한 손길을 내미는 맞춤형 복약지도로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던 것.

'노컷이 만난 사람'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사진=부산CBS 이진우 VJ>

 

지난 민선 6기 약사에서 시의원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그의 소통대상은 환자에서 시민, 상대 정당 의원으로 바뀌었다. 일대일 스킨십 전략으로 새누리당 일색의 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유일한 시의원으로 동구에 자리한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소녀상 조례'를 끌어냈다.

환자, 나아가 시민과 대통령에까지 통한 정 청장의 소통법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지난 28일 북구청장실에서 만난 정 청장은 자신의 숨길 수 없는 열정을 의상으로 표현하려는 듯 빨간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모든 질문마다 하나라도 더 말하려는 정 청장의 대답에서 그의 '애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음은 그와 주고받은 1문 1답을 정리했다.

▶기초연금 예산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어떻게 대통령에 편지를 쓸 생각을 했는지.

취임 후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니, 북구의 재정이 너무 열악하더라. 이유를 찾기 위해 재정 현황을 들여다봤더니 사회복지비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초생활보장비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은 줄 알았는데, 기초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기초연금은 재정자주도와 노인인구 비율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있는데, 재정자주도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법적 한계를 알게됐다.

또 북구는 금정구, 동래구와 노인 인구는 같지만, 비율에서는 낮다. 그래서 똑같은 노인인구지만 북구는 올해 기초연금의 구 부담비가 79억 원이고, 동래와 금정구는 33억 원이다. 한 사업으로 45억 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는 아동수당 대상도 늘어났고, 기초연금 하위 대상자의 수령액이 3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북구 주민 30 만명을 위한 구 자체 사업을 할 수 있는 가용 사업비는 0원이 됐다. 공무원 임금 등 필수경비에 드는 130억 원은 마련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부산시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를 부단히 찾아가도 뾰족한 해법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을 텐데, 왜 편지라는 수단을 선택했는지.

처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국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국제적인 사안도 많은데, 한 자치구의 문제로 면담이 바로 성사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편지를 먼저 쓰자고 생각했다. 기도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편지를 썼다. 편지는 청와대로 내가 직접 우편으로 부쳤다.

'노컷이 만난 사람'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사진=부산CBS 이진우 VJ>

 

▶ 대통령과 예전부터 친분은 있었나.

친분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난 민선 6기 때 부산의 유일한 민주당 시의원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내 존재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대1로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 편지의 답장으로 전화가 올 때도 청와대 비서실에서 '지금 전화가 가능하냐'는 전화 한통이 오더니 바로 문 대통령의 전화가 왔다. 사전에 조율된 게 하나도 없었다. 전화 통화도 형식적인 게 아니었다. 아주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질문했고, 같이 해결해보자는 대답도 들었다.

▶여성청장으로서의 강점은 무엇일까.

정치하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정치인은 보여주기식,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편견이 강했다. 그래서 내가 만약 정치의 길을 걷는다면 그런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시민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자고 마음먹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청장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의 행정력이라고 본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을 여성이기 때문에 더 잘 알 수 있는 것 같다. 가수를 좋아할 때 음정 박자가 얼마나 더 정확한지를 따져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가수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청장에게 필요한 매력은 소통능력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구 재정도 살림살이 문제인데, 여성이 더 꼼꼼하게 하지 않겠냐. 하지만 행사장을 나가거나, 행정을 펼칠 때 나를 여성이라고 생각하며 일하지는 않는다.

▶약사 직업과 시의원 경험이 구정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아무래도 시의원을 거치다 보니 시의 예산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구에서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시 어느 과를 가야 하는지 시의원 시절 체득한 무시 못 할 경험이 있다.

약사라는 직업은 타인의 아픈 곳을 치료해는 주는 것인데,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을 약사로서 길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구청장이 되고, 주변에서 약사로서 나를 아신 분이 "우리로서 아까운 약사 한명을 잃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약사 였을 때는 사회 속에서의 약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약물 의존도가 높은 환자에게는 약물 중독성을 알리고, 약사 직능 동료에게는 약물 부작용을 관리하는게 중요하다며 이 두가지를 늘 강조해왔다.

무엇보다 환자 개개인에 맞춤 복약지도를 하려고 했다. 어떤 환자에게는 설명을 잘 해줘야 하고, 어떤 환자는 손을 잡아줘야 하고, 어떤 환자는 안아줘야 한다. 또 어떤 환자는 아는체해야 하는 게 필요하다. 환자에게 맞춤 복약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소통 능력을 기룰 수 있었던 것 같다.

▶ 지역의 또 다른 현안이 구포개시장 정비사업을 끌어냈다. 앞으로 계획은.

부산시민들이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어떻게 구포시장을 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개시장 한 곳을 살려 박물관을 만들려고 한다. 반려견과 함께 올 수도 있고, 함께 울 수도 있고. 그래서 지금의 개시장을 반려견과 함께 체험하고 애견용품도 살 수 잇는 '펫시장'으로 꾸밀 생각이다. 펫축제도 하고 싶다. 단순한 정비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암울한 공간은 지워내야 할 게 아니라 기억하고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노컷이 만난 사람'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사진=부산CBS 이진우 VJ>

 

▶서부산권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해 10월 사람들은 원아시아페스티벌, 부산국제영화제, 광안리 불꽃축제가 열리는 부산이 정말 역동적이고 흥 있는 곳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각 북구는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았다. 서부산권에 부산의 대표 문화축제를 유치하고 싶다. 특히 북구에 원아시아페스티벌을 유치하기 위해 TF를 꾸렸다. 불꽃축제는 광안리에서 불꽃을 쏘아 올릴 때 낙동강에서도 쏘아 올릴 수 있는 계획을 부산시와 조율 중에 있다. 국제영화제도 서부산권에서 영화제 초청작을 상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앞으로 어떤 북구를 원하는지, 정 청장의 꿈은?

균형 있는 부산 발전을 이뤄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아름다운 낙조가 있는 낙동강 시대, 서부산권 시대를 만들고 싶은 열정이 가득하다. 이 아름다운 낙조가 있는 서부산권을 사람들이 모르고, 오지도 않는 게 너무 안타깝다. 서부산권 시민들만 이 낙조를 누릴 게 아니라 부산시민이 와서 모두가 누리게 하고 싶다. 부산 전체 시민이 오고 싶은 북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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