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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코로나19 야전사령관,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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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코로나19 현장 상황 총괄 지휘
부산지역 코로나 선방, 초기 병원 코호트 조치 등 주효
코로나19는 장기전, 지방에 인력·예산 권한 확대해야

부산지역 코로나19 야전사령관인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 (사진제공/부산시청)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삶을 완전 낯선 곳으로 데려다 놨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의 일상화. 무엇보다 봄 햇살을 느끼며 여유롭게 꽃나무를 보는 일상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다행히 부산에서는 코로나19 지역 내 감염 사례가 13일 기준으로 21일째 발생하지 않았다. 마지막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잠복기 14일이 두 번 지나면 한시름 놓을 만하다. 타 시도에 비해서도 선방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역학조사가 이뤄져 공개됐다.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는 일도 발 빨랐다. 지역 내 2차, 3차 감염이 많이 없는 이유다.

부산이 이처럼 코로나19 정국에 선방한 것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협조가 컸다. 또 이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지역 코로나19의 야전 사령관,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 과장이다.

의사이자 공무원, 역학조사관인 그는 부산지역의 코로나19 컨트롤타워 수장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전문성을 내세운 정확한 분석과 전망 등으로 시민들은 매일 지역 내 감염병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새벽 4시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 1시에 퇴근하는 일상. 24시간 울리는 핸드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현장의 응급상황.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도 '긴장'의 연속이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2일 이후 지역 내 감염사례는 없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매일 긴장, 또 고비의 연속이죠. 바이러스는 언제 어떤 경로든 부산에 유입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확진자가 폭증하는 그런 '피크'가 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오더라도 최대한 늦추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부산지역은 13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가 123명이다. 이 가운데 99명이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자료사진)

 

부산은 온천교회를 제외하고는 지역 내 대규모 확진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만의 대응 방식이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초기 집단감염에 대응을 잘한 것'을 꼽았다.

"사실, 연제구 아시아드요양병원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아찔했습니다. 처음에 사회복지사, 간병인이 잇따라 확진판정을 받았거든요. 병원 내 감염이 일어난 겁니다. 그 상황을 새벽 1시에 전달받았습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바로 코호트 격리죠. 만약 추가 감염자가 나왔다면 부산도 청도처럼 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이같은 빠르고 기민한 대응이 초기 대규모 감염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했다. 코로나19가 초기 감염력이 크고, 이들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는 면역력이 낮아 위험했다. 사실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도 코로나19 정국 초기 쉬운 결단은 아니었다.

"요양병원은 환자들의 식사와 대소변 수발을 다 봐야 하기 때문에 보통 6인 1실을 쓰고 있습니다. 환자 간 2m 이상을 유지하려니 일부 환자를 즉각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죠. 일단 최중증 환자를 우선적으로 큰 병원으로 옮기고, 4인 1실로 만들었습니다. 비말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 병실 안에 설치했습니다. 부산지역 감염병 전문가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대응한 결과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죠. 병실 내 제작한 칸막이는 나중에 대구 요양병원에서 빌려 가기도 했죠"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아시아드요양병원 등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간호 인력은 1명을 돌보고 나면 보호복 전체를 갈아입고 다시 다른 환자를 돌봐야 했다. 때문에 보건당국은 병원 바로 옆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 3교대가 여의치 않아 2교대로 돌아갔다.

"코호트 격리 중 현장 의료진의 헌신이 없었다면 잘 대처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14일간 2교대로 매일 12시간 근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간호 인력이 모자라 보건소 간호사들도 투입했습니다. 코호트 격리를 결정한 제가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분들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부산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많은 감염병 가운데 코로나19는 전 세계 내로라하는 도시들을 힘없이 함락시켰다. 그만큼 감염병에 대한 초기 지역사회의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다. 부산도 다음 상황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점검해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감염병이 생길 때마다 중앙조직은 계속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지방조직은 그대로였죠. 그래서 병목현상이 왔습니다. 감염병에 대처하는 손발은 결국 지방조직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갖고 있는 그 많은 데이터는 사실 지방에서 나온 겁니다. 지방의 공공의료 조직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온 것입니다"

부산지역 코로나19 야전사령관인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 (사진제공/부산시청)

 

현재 부산시 감염병관리지원단은 민간 위탁이다. 민간인은 공무원처럼 행정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지원단 소속 핵심 인력을 임시직 공무원으로 급히 임명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임시방편으로 임시직 공무원 형태로 투입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인력과 예산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가 많이 가져와야 합니다. 사실 메르스 때도 민간 의료기관에 매일 부탁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협조에 대한 보상인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 입장에서는 또 감염병이 돌면 민간에 부탁하기 어렵죠. 만약 부산에서 한순간에 둑 무너지듯 감염병에 뚫리면 부산도 잘 대응하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인프라, 인력, 장비 모두 점검을 통해 보완해야 합니다"

부산의료원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돼 환자들의 빠른 입원, 치료가 이뤄졌다. 하지만 인구수에 비해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안 과장은 인구 백만명당 공공의료기관 1개는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의 계획대로 서부산 의료원을 만들고, 금정구 침례병원을 공공병원화해 동부산쪽 수요를 감당해야 앞으로 그나마 대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이나 이탈리아 의료진들을 보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의료진들은 매일 "누구에게 산소 호흡기를 씌워야 하나" 고민한다고 합니다. 장비는 한정돼 있는데 환자가 폭증하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이죠.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요. 부산에서는 절대, 그런 상황이 없어야 합니다"

부산에서는 지역 내 감염이 20일 넘게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안 과장은 강조했다. 언제, 어디서든 최악의 시나리오는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문가 회의를 했습니다. 대부분 코로나19는 장기전이라는 의견이 모였죠. 한두 달이 아니라 더 길게 간다는 겁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게 이 질환을 정확히 알리는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중요하지만 지속해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또, 보건소도 한두 달간 비상체계로 운영했다면 장기적인 체계로 가야 합니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최대한 관리, 유지 가능하도록 버텨야 하는 것이죠"

이젠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장기전에 대비해 각 개인의 안전수칙을 일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인 '코로나블루'도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개인은 고립감, 무기력함, 불안, 우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화하는 감염병 시대에 개인이 받아들이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다 다릅니다. 시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를 관리하는 것과 동시에 시민들의 '코로나블루'상황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민들께서는 언제든 코로나19와 관련된 궁금, 상담이 필요하시면 주저 없이 관할 보건소로 연락해주십시오"

사실 의사라면 더 좋은 길을 택할 수 있다. 의사가 비교적 박봉에 일도 많은 공직사회에 뛰어드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안 과장은 한참을 생각하다 말했다.

"글쎄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부산시 복지건강국이 있는 청사 14층은 두 달 전부터 24시간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사무실 입구에 있는 행거에는 겨울에서 여름까지 겉옷이 빼곡히 걸려있다. 매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새우잠을 자는 이들의 바람은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종식되면, 언제 올지 아직은 까마득하긴 하지만. 천천히 걷고 싶네요. 밀렸던 잠도 실컷 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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