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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저비용으로 체질 개선... 규제 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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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대학과 학생 서로 배려하고 인내하는 시간 가질 때"
"대학은 지속적인 투자로 발전하는데 현실은 재정 위기"
"지역 대학 간 시설, 강의 공유하고 특성화 분야 집중 투자해야"

■ 방송 : 부산CBS <라디오매거진 부산=""> 표준FM 102.9MHz 토요일(11:05~12:00)
■ 진행 : 이은정 PD
■ 대담 :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동서대학교 총장)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사진=부산CBS)

 

◇ 이은정>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대학가, 대학교육도 변화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대학은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왔는데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지난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에 취임하셨어요. 동서대 장제국 총장 모시고 대학교육의 미래, 최근 대학 현안들까지 두루 짚어보겠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학가도 그렇습니다. 개학 연기, 온라인 수업에 학생들 등록금 환불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오랫동안 대학교육에 몸담아오셨는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어떠셨나요?

◆ 장제국> 미증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뿐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온 세상이 공포에 잔뜩 겁을 먹고 있는 그런 모습입니다. 대학의 경우 작년 겨울방학 내내 올해 3월 신학기 개학을 평소같이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님 중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셔야 했기 때문에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고 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못하니 몹시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신입생들이 캠퍼스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어요. 이게 굉장히 안타까운데 다음 주부터 부산, 울산, 경남지역 대학들은 대면 수업을 일부 시작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점점 정상화를 찾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 이은정> 대학은 5월에 개강하게 되는 건가요?

◆ 장제국> 그렇습니다. 실습 중심으로 해서

◇ 이은정> 지난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에 취임하셨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셨는데 어떤 조직이고 회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과 역할을 하나요?

◆ 장제국> 일반 청취자님들은 생소하실 텐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공식적인 이름이고 대학가에서는 줄여서 사총협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153개 4년제 대학이 회원 대학으로 가입하고 있고요. 1982년에 설립된 협의체인데요. 하는 일은 주로 회원 대학 간 상호협력을 통해 사립대학 교육의 건전성과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회장은 주로 회원 대학 총장님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수렴된 의견을 정부 당국에 건의해서 이것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 이은정> 지금 중요한 현안들이라고 하면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강의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어요.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등록금 일부 반환과 환불 요구인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장제국>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프라인 대학에 입학했는데 교육은 온라인을 받으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럽고 그러다 보니 등록금 일부를 환불하라는 그런 요구가 있는 것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대학들도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천재지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들도 추가적인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학들도 여러 가지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온라인의 강의 질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지난번 언론을 보니까 이제는 온라인 강의에 만족을 표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그런 조사가 된 것을 본 적이 있거든요. 물론 학생들이 강의를 잘 따라줘 그런 것도 있겠지만 교수님들이 정말 눈물겨운 노력을 하시고 열심히 하셔서 좋은 강의를 하시는 것을 접하고 있습니다. 대학 차원에서는 여름방학을 단축한다든지 실험, 실습수업 진행을 위해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직 학기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호전되면 바로 대면 수업에 들어갈 예정이고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니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인내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은정> 힘든 시기에 회장직을 맡으셨어요. 대학의 위기라는 말은 계속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이 어렵고 점점 현실화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인가요?

◆ 장제국> 한국 대학들은 그야말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고3 수험생이 재작년에 비해 6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 12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지출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줄고 있으니 대학들의 재정 사정이 굉장히 어렵죠. 이 2가지만 놓고 봐도 현재 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비해야 하는 책무가 대학들에게 있는데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려운 상황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이게 장기화될까 봐 상당히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이은정> 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고 등록금은 동결인 상황, 대학의 어려운 현실도 이해가 갑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는 등록금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쉽게 풀 수 없는 상황인데요?

◆ 장제국> 학부모와 학생들은 등록금이 비싸다고 하고 대학은 재정위기에 놓여 있으니 접점을 찾기가 힘듭니다. 한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느 나라든지 대학은 그 사회의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그런 곳이거든요. 그래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고 또 일자리 창출의 해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대학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도 사립대학들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미래를 위한 보험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학은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발전합니다. 백년대계 관점에서 대학을 바라봐야 하거든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의 경우 1년 예산이 1조 원이 넘는 대학이 수두룩합니다. 지속적인 투자, 국민들의 오랜 인내와 관심이 오늘날의 세계적인 명문대로 만들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대학을 보는 눈은 근시안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국내 대학들의 글로벌 순위가 내려가고 있는데 이것은 어려워지고 있는 대학 재정을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총협은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재정난을 타개하는 데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 이은정> 교육 경쟁력이나 대학의 재정위기가 등록금 동결 때문만인가 등록금 의존도를 줄일 다양한 방안을 사총협에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지적도 있어요?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사진=부산CBS)

 

◆ 장제국> 현실적으로 등록금 올리기가 매우 어렵거든요. 미국과 같이 기부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기 때문에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딜레마인데 그렇기 때문에 대학과 정부, 더 나아가 국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교육부와 사총협이 주도가 돼 고등교육 재정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여기서 앞으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학 재정난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등록금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굉장히 좋은데 지금과 같은 고비용의 대학 구조 체제를 저비용 체제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운영하려면 법률이 정한 엄청난 고정비가 발생하거든요. 예를 들면 건물을 유지해야 하고 교수 확보율을 맞춰야 하는 등 고정비기 굉장히 높습니다. 미국의 경우 미네르바 대학이라는 새로운 콘셉트가 나왔는데 저비용 대학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미네르바 대학은 기숙사만 있고 교실은 아예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하죠. 하드웨어적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을 교육 부분에 집중 투자하는데 그것이 바로 미네르바 대학의 전략이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한 규제 완화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사태가 한국 대학들의 고질적인 고민을 획기적으로 풀어 줄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은정> 동서대 총장으로 계시는데요. 지방 사립대 상황은 더 어렵지 않나요?

◆ 장제국> 그렇죠. 지방 사립대가 특히 어려운데요. 우리나라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전체 인구의 50%가 몰려 사는 곳이 수도권이다 보니 지방에 있는 많은 젊은이가 서울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고요. 경제력으로 따져 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6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해 있죠. 그러다 보니 지방대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은정> 대학 서열화,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의 격차도 심각합니다. 지방대를 비하하는 용어들이 생겨나고 지방대 학생들의 좌절감이나 열패감, 냉소가 일상화돼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해소하고 완화할 방법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 장제국> 지역 대학은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을 계속해서 해야 할 것 같고요. 지역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 뱅크적인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들도 체질 개선을 통해 적어도 특성화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좋은 학생들이 부산에 남고 교수들도 우수한 분들이 모입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지역 대학 간에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간에 시설을 공유하고 강의를 공유한다면 각 대학의 비용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겁니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여력을 자기 대학의 특성화 분야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교육의 질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역민들이 높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대학은 지역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실제로 지역 경제에서 상당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둘러보면 지역의 보석 같은 대학이 많이 있거든요. 지역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지역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에 남게 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직장이 많이 있어야 하거든요. 지역 정부가 나서서 그런 기업들을 계속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과 지자체가 지역의 힘을 합쳐 지역 발전에 함께 매진한다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현상인 수도권 집중 현상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이은정> 코로나 이후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고 할 수 있는데요. 새로운 미래에 대비해야 할 텐데 수업방식의 변화, 학교문화도 바뀌어야 하는데 어떤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까요?

◆ 장제국> 많은 학자들이 비포 코로나(Before Corona)와 애프터 코라나(After Corona) 시대로 구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대학들은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모든 대학이 싫든 좋든 온라인 교육을 경험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코로나 이전 시대에 만들어졌던 법과 제도가 상당 부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예를 들면 일반 대학의 경우 온라인 교육을 20%밖에 못하게 돼 있거든요. 이런 규제가 어떻게 보면 유효하지 않은 그런 시대에 우리가 진입하고 있는 것이죠. 이번 기회에 코로나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수명을 다한 규제들을 과감하게 철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비포 코로나 시대에는 한국 대학들의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뒤졌지만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발 빠르게 움직이면 한국 대학들이 앞설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국민성이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높은 교육열에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축적해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한국 대학들의 비상에 기폭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은정> 끝으로 2년 임기 동안 목표와 더불어 청취자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시죠?

◆ 장제국> 사립대학은 국민 여러분의 친지, 자녀가 미래의 꿈을 키우는 우리들의 대학입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대하듯이 사랑과 관심으로 사립대학의 성장과 발전을 독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사총협은 국민 여러분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교육보국에 이바지하는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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